허들링청소년합창축제에 3년째 참여하는
여주여자중학교의 박은영 학생이
제11회 다문화 교육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받았습니다
박은영 학생이 제출한 수기를 올려드리니
함께 보시고 많이 축하해주세요!!!!
=============================================================================================================
제목 : 나를 성장시켜 준 여주여자중학교
초등학생 때에 저는 역사를 배우는 시간이 가장 싫었습니다. 초등학교 때 선생님께서는 역사를 가르칠 때 그 뒤 더 자세한 이야기까진 알려주시지 않으시고 항상 책에 나와 있는 것만 간단히 설명해주셨습니다. 한국 근대 역사의 대부분이 거의 일본에 관한 것 밖에 없는데다 부정적인 내용이다 보니 엄마가 일본인이었던 저는 역사 수업시간에 친구들의 눈짓을 받거나 놀림의 대상이 되기도 했었습니다. 물론 이런 사실들을 엄마한테는 말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힘들었던 것을 엄마가 알면 엄마는 더 힘들어 하실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결국 엄마는 알게 되셨지요! 어쨌든 친구들과 이런 일이 발생하자 저는 친구들과 함께하는 활동들이 너무 너무 싫었습니다. 모든 친구가 그랬던 것은 아니지만 그냥 저의 머릿속에는 ‘친구 따위는 필요치 않아.’라는 생각이 자리 잡기 시작했습니다. 이렇듯 친구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안고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여주여자중학교에 입학하였기에 중학교 생활에 대해서도 딱히 기대하는 바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여주여중에 들어와서 다양한 동아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고 선생님들께서도 여러 동아리를 추천해 주시자 관심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그 중에도 합창부, 과학동아리, 피구부, 탁구부, 티볼부 등에 대한 관심이 커졌습니다.
(중략)
첫째로 제일 큰 저의 변화는 친구들을 생각하는 마음입니다.
여주여자중학교에 입학하여 생활해보니 여자중학교이고 친구들도 성숙해져서인지 말을 함부로 하지 않을 뿐더러 먼저 다가와주기도 했기 때문에 저는 친구들과 다 같이 어울려 재미있게 지내는 즐거움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저를 더욱 더 즐겁고 적극적이고 유쾌한 사람이 되도록 만들어 주었고 명랑해진 성격 덕분에 저는 여러 많은 학교 행사에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먼저 여주시 다문화센터에서 ‘이중언어 말하기 대회’를 한다고 해서 나가보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솔직히 다문화 학생이라고 해도 일본어를 접할 기회가 많지 않고, 일본에 살았던 것도 아닌데 일본어를 잘 할 거라고 생각하고 기대하는 사람들의 시선이 조금 부담스럽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 부분을 극복하고자 다문화 담당 선생님께 대회에 도전해보고 싶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렇게 이중언어 말하기 대회에 참가하게 되었는데 이를 통해 저는 사람들 앞에서 일본어를 유창하게 말할 수 있는 멋있는 자신에 대한을 상상을 하며 일본어에 대한 마음을 키우게 되었습니다. 때문에 이중언어 말하기 대회 참가 이후부터 지금까지 저는 일본어 공부에 온 정신을 쏟고 있으며 앞으로도 일본 현지에 살고 있는 사람들만큼 언어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더 나아가 두 개의 나라와 관계가 있는 만큼 양국의 문화와 역사 그리고 현재의 상황 등을 공부하면서 두 나라 관계의 발전과 협력을 위해 일 할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더욱더 열심히 공부할 생각입니다.
두 번째 변화로는 다문화 학생으로서의 자부심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지난 5월 5일 어린이날, 서울에 있는 야구장을 다녀왔습니다. 프로야구 관람 체험학습이었는데 제가 스포츠를 좋아하는 만큼 친구들과 함께 응원 구호를 배우고, 함께 선수를 응원하며 경기를 즐기는 동안 무척 행복했습니다. 특히 외국인 선수들도 있었는데 많은 사람들이 외국인인지 아닌지에 상관없이 안타나 홈런이 나오길 바라며 열심히 응원하는 모습이 무척 보기 좋았습니다. 제게는 다문화 학생이라는 점 때문에 위축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외국인 선수들이 경기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고, 또 그 외국인 선수들을 진심으로 응원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왠지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다문화 학생이라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나의 실력이고 나의 모습이라는 생각을 처음으로 한 순간이었습니다. 내 마음 속에 놓여있던 편견과 한계에 금이 가고 부서지는 경험이었습니다. 우리가 응원했던 팀이 승리하여 더욱 더 환희 찬 프로야구 체험학습이었고, 함께 했던 다른 다문화 가정의 친구들도 나와 같은 생각을 했을 것 같다는 생각에 뿌듯함이 몰려왔던 체험학습이었습니다.
세 번째 변화로는 허들링 청소년 합창 축제에 참가했던 경험을 통해 제가 살아갈 세상이 다양하고 넓다는 것을 깨우쳤다는 것입니다. 그것을 통해 저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더 따뜻하고 배려심 있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허들링 청소년 합창 축제 참여’는 처음엔 다문화 담당 선생님의 적극적인 추천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선생님께서 ‘재미있을 거다’해서 그러려니 하고 도전한 것이었는데, 매주 학교 음악실에서 방과 후에 학교 친구들, 초등학교 동생들과 연습하면서 함께 화음을 만들고 노래를 부르며 더욱 친해지는 경험을 했고 합창이 끝나고 간식을 먹을 때에는 평소에 먹던 맛보다도 더욱 맛있었습니다. 5개월 정도 학교에서 연습한 후에는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전국의 친구들, 동생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전국에서 올라온 다문화 친구들과 동생들을 봤는데 정말 외국인 같은 친구들도 있고 한국사람 같은데도 다문화인 친구도 있어서 정말 다양한 아이들이 왔구나 하고 놀랐습니다. 그리고 3박 4일 동안 그 아이들과 같이 지냈는데 모두 정말 밝고 맑아서 저절로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캠프엔 저보다 어린 동생들이 많았습니다. 팀별로 활동을 했었는데 언니이자 누나인 제가 그 동생들을 챙기면서 리더십을 발휘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여주여중 친구들과는 ‘여중의 전설’팀으로 장기자랑을 했었는데, 동생들이 우리의 공연을 즐겁게 관람하는 것을 보면서 열심히 연습한 보람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이 공연을 통해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고 행복을 선물하는 것이 자신에게도 큰 행복이 됨을 알 수 있었습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3박 4일의 캠프가 끝나고 우리는 KBS 홀에서 무사히 공연을 마쳤습니다. 허들링 합창축제를 마무리 지으며 우리 팀은 상을 받았고 저는 동생들을 열심히 챙긴 덕분에 모범상도 받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 TV에 우리들의 허들링 합창 축제 준비 모습이 나왔고 친구들과 공연하던 모습까지도 나와 무척 신기하고 자랑스러웠습니다.
저는 2017년 여주여자중학교에 입학해 많은 활동들을 해왔고 올해는 3학년이라 몇 개월만 지나면 곧 졸업을 하게 됩니다. 초등학교 때는 저를 놀리던 친구들이 무섭고 싫어서 친구들을 멀리했었는데, 이러했던 제가 3년간의 중학교 생활을 통해 많이 성장한 느낌입니다. 다문화 학생이라는 것을 숨기고 싶어 했고 자신감도 없었던 제가 마음의 한계를 극복하고 많은 친구들을 사귈 수 있게 되었습니다. 더 나아가 자신감을 가지고 후배들까지 챙겨주는 제 자신으로 바뀌었습니다. 더불어 이제는 미래를 꿈꾸며 준비하는 자신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지금의 저는 꿈을 구체적으로 정하고 그 꿈을 향해 열정을 다해 달려 나가고 있습니다. 물론 더욱 더 열심히 해야 할 부분도 있고, 고등학교에 진학하면 중학교 때 사귄 친한 친구들과 헤어질 수도 있겠지만 각자의 삶을 위해서 열심히 앞으로 나아가려 노력한다면 더 좋은 모습으로 다시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겐 다문화 학생이기에 가지게 된 단점도 있지만 그 보단 다문화 학생으로서 가지게 된 장점들을 찾아가며 저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 더 더 노력해 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