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한테 다 해주는 게 사랑이 아니에요. 실수와 실패 경험을 허락하고, 어려움에 닥쳤을 때 그걸 이겨낼 수 있는 능력을 키워줘야 해요. 거기서 자생력과 자존감이 나오죠. 그것이 곧 인성이에요.”
우울증을 겪는 청소년이 최근 5년 새 50%가량 늘었다는 소식에 사단법인 밝은청소년지원센터(밝은터) 임정희 이사장은 걱정스러운 듯 말했다. ‘청소년 인성교육의 선구자’ 임 이사장은 최근 중앙일보와 만나 10대 우울증, 자살 문제의 근본책으로 인성교육을 강조했다.
“지금 우리 아이들은 ‘엄마 리모컨’에 의해 움직여요. 성적 위주 교육, 과보호라는 잘못된 사랑이 분노에 찬 아이들로 자라게 하는 거죠. 아이는 실패하면 부모 탓을 하며 분노가 쌓이기 시작합니다. 그 분노가 축적돼 우울증, 혹은 자살로까지 이어지는 거죠. 묻지마 살인도 일어나고요.”
올해로 창립 25주년을 맞는 밝은터는 그동안 850개 학교에서 연인원 350만여명에게 인성교육을 해왔다. 임 이사장은 “처음엔 무모한 도전”이었다고 회상했다. 때는 2000년, 왕따 등 학교 폭력이 사회 문제로 대두하던 때였다. 예산도 없고, 인력도 없었지만 이시형 사회정신건강연구소장이 개발한 프로그램만 갖고 학교 문을 두드렸다. 처음엔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학교 입장에선 외부 기관에 인성교육으로만 학급당 1년 32시간의 수업시간을 흔쾌히 내줄 리 없었다.
힘들게 첫발을 디딘 학교에서 교육의 효과는 놀라웠다. 6명씩 조를 지어 토론하는 방식인데, 수업이 끝나자 “친구가 이상한 줄 알았는데 이상한 게 아니라 다른 거였다”, “내가 칭찬받으려면 남을 칭찬해야 한다는 걸 알았다”라는 반응이 중학교 1학년 아이들 입에서 나왔다. 따돌림을 받아 해외 이민을 준비하던 한 학생은 부모에게 “이민 가지 마요. 학교가 너무 재미있어요”라고 전했다고 한다.
임 이사장은 교육 현장에서의 폭력, 청소년들이 겪는 우울증과 자살, 초저출생 현상이 모두 하나로 연결돼 있다고 봤다. 자녀 양육에 대한 부담이 출산을 기피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음 과제는 ‘친가족 문화’를 확산시키는 것이다. 학교에서 아이들을 상대로 한 인성교육과 더불어 기업에서도 부모를 상대로 자녀 교육 프로그램을 전파하는 것이 목표다.
“펭귄은 영하 50도의 혹한을 몸을 붙여 온기를 나누고 생존해갑니다. 행복한 아이로 키우기 위해 가정과 학교, 지역사회, 국가, 미디어가 세심한 ‘허들링(huddling)’을 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