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독한 추위 속에서 몸을 맞대고 온기를 나누는 펭귄처럼 노래를 부르며 온기를 나누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지난 겨울, 서울 신촌에 자리한 이화여자대학교 곳곳에 아이들의 맑은 노래 소리가 울려 퍼졌습니다. 허들링청소년합창축제추진위원회가 주최하고 사단법인 밝은청소년이 주관하는 제1회 ‘허들링청소년합창축제’를 위해 전국 초·중학교, 다문화 및 지역아동센터 23개 합창팀 400여 명의 아이들이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이는 캠프가 열린 것입니다. 현대차 정몽구 재단은 소통과 화합의 장인 허들링청소년합창축제의 캠프 프로그램을 지원함으로써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다문화가정 청소년들과 음악을 사랑하는 이 땅의 모든 아이들을 응원했습니다.
캠프에서 처음 만난 우리
23개의 합창팀, 400여 명의 아이들이 함께 노래를 부르기 위해 모였습니다
“우리들도 같이 허들링, 마음을 모아 허들링. 따뜻한 온기를 나누어요.”
남극의 황제펭귄들은 영하 50~60℃를 넘나드는 혹한의 추위를 이겨내기 위해 서로 몸을 맞대고 온기를 나눕니다. 천천히 원을 돌며 안팎으로 자리를 바꿔주기에 누구 하나 소외되지 않고 서로의 체온으로 혹독한 추위를 이겨낼 수 있습니다. 허들링(Huddling)은 서로를 배려하며 함께 살아가는 황제펭귄들의 지혜로운 생존 방식을 의미합니다.
허들링청소년합창축제 역시 다문화 학생 10만 명 시대를 맞아 다문화 학생과 일반 학생들이 ‘합창’을 매개로 함께 어울려 긍정적 자아 인식과 공동체 의식을 함양하자는 취지에서 출발했습니다. 2017년 12월에 처음으로 열린 이 축제의 주인공은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400여 명의 아이들이었습니다.
여주 여자중학교, 용인 신봉초등학교, 김포 운양중학교, 섬나의 집 지역아동센터 등 23개 합창팀, 400여 명의 아이들은 12월 27일부터 30일까지 열린 허들링합창 캠프를 통해 처음으로 소리를 모았습니다. 캠프 첫 날, 길게는 5~6시간 짧게는 2~3시간씩 단체 버스를 타고 서울로 올라온 아이들은 피곤한 기색을 비치면서도 아이들 특유의 밝은 인사를 주고받았습니다. 이화여자대학교 교정이 아이들의 목소리로 시끌벅적해지던 순간이었습니다.
아이들은 Lily, Orchid, Violet, Erica 이렇게 4개의 꽃 이름으로 팀을 나눴습니다. 각 팀의 첫 글자를 따면 ‘Love’가 완성되는 아름다운 조합이었습니다. 각 팀별 지정 지휘자와 안무가의 지도로 ECC극장, 학생문화회관, 김영의홀 등에서 첫 연습을 진행했습니다. 허들링 합창 캠프를 통해 모이기 전까지 각 학교와 센터에서 얼마나 열심히 연습해왔는지 첫 연습부터 하나의 목소리가 흘러나왔습니다. 3박 4일 동안 이화여자대학교 기숙사에서 머문 아이들은 저녁 식사 후 각 방별로 ‘협동화 그리기’에 돌입했습니다. 아홉 조각으로 나뉜 합창축제 포스터를 색칠해 하나로 모으는 방식이었습니다. 아이들은 이러한 과정 속에서 서서히 마음의 거리를 좁혀가고 있었습니다. 황제펭귄들이 서로에게 다가가듯이.
대학 캠퍼스에 울려 퍼진 하모니
개개인의 목소리가 아름다운 하모니로 완성되는 팀별 연습시간
숙소에서 단잠을 자고 각 팀별 연습장소로 이동하던 아이들은 너른 캠퍼스 풍경에 마음을 빼앗긴 듯 곳곳을 눈에 담았습니다. 잠시 쉴 틈도 없이 재잘대며 이동하는 아이들의 등에는 하루치 분량의 간식이 들어 있는 귀여운 펭귄 모양의 가방이 하나씩 들려 있었습니다.
화성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 ‘드림하이합창단’ 송문영 팀장은 “하나의 노래를 같은 호흡으로 부른다는 것, 합창의 힘인 것 같아요. 선생님으로서 아이들에게 다양한 경험과 추억을 쌓게 해주고 싶은 게 사실이지만, 매번 빠듯한 운영비 때문에 캠프를 간다는 건 엄두조차 내지 못했죠”라며 “이런 특별한 기회를 통해 우리 아이들이 대학 탐방도 하고 다양한 친구들과 어울려 노래할 수 있게 돼 감사한 마음”이라고 참가소감을 전했습니다.
ECC극장에 들어선 아이들은 못다 외운 가사를 암기하고, 동작을 맞추느라 분주했습니다. 경기도 평택 팽성지역아동센터 참가자인 초등학교 3학년 진혁이는 팀 리더인 중학교 1학년 재환이를 따라 열심히 동작을 연습했습니다. 재환이는 리더라는 책임감 때문인지 계속 “미안해, 다시 해보자”라며 동생들을 독려했고, 만난 지 하루가 됐다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동생들은 형을 잘 따라주었습니다.
“하늘 보면 바다가 생각나고, 바다 보면 하늘이 생각나요. 하늘과 바다는 닮았어요. 하늘친구 바다친구.”
등 뒤로 전해지는 아이들의 목소리는 힘찼고, 노래가사처럼 예쁘게 닮아 있었습니다.
함께 춤추고, 노래하는 사이 우리는 하나
학생문화회관 지하 연습실에서 400여 명 모두가 함께 부르는 ‘허들링송’이 울려 퍼졌습니다. 아이들은 피아노 반주가 시작되자 팔을 높게 뻗어 올리고 손바닥을 뒤집어 반짝거림을 만들더니 펭귄들이 허들링하듯 서로 팔짱을 끼고, 고개를 갸웃거렸습니다. 모였다 흩어지고 자리를 바꾸면서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하나가 되었습니다.
“우리들도 같이 허들링, 마음을 모아 허들링. 따뜻한 온기를 나누어요. 손에 손을 잡고 허들링. 하나가 되어 허들링.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요.”
아이들의 맑은 노랫소리가 귓가에 전해질 때마다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이 몰려왔습니다.
앞자리에서 아이들을 야무지게 리드하는 유정이는 “연습할 땐 힘들지만 같이 노래할 수 있어서 행복했고 우리 소리가 너무 잘 맞아서 기분이 좋다”며 미소를 지었습니다. 4학년 가은이도 “어제는 좀 어색했는데 같이 자고, 먹고, 놀고, 노래하면서 많이 친해졌다”며 “허들링합창축제 캠프가 자주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습니다.
아이들은 꽤 진지하게 적성진로검사도 받았습니다
팀별 연습을 마친 아이들은 저녁식사 후 두 개의 팀으로 나누어 ‘적성진로검사’와 ‘파라코드 팔찌 만들기’ 특별 프로그램에 참여했습니다. 검사지를 신중하게 읽고 체크하는 모습이 자못 진지했습니다.
작은 손으로 파라코드 팔찌도 만들었죠
파라코드팔찌는 위급상황 시 로프로 사용할 수 있기에 ‘생존팔찌’로도 불립니다. 아이들은 고사리 같은 작은 손으로 색색의 로프를 매듭 지어 나갔고, 어려운 부분은 서로 도우며 즐거운 한때를 보냈습니다.
캠프를 통해 완성된 아이들의 노래와 율동은 지난 12월 30일 상명아트센터 무대에서 빛을 발했습니다. 펭귄옷을 입고 등장해 ‘우리 모두 함께,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 가자’는 아이들의 메시지는 큰울림이 되어 객석을 흔들었습니다.
본격 다문화사회로 접어든 대한민국. 이제 언어와 피부색이 다른 이웃과 더불어 사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 되고 있습니다. 허들링합창축제에 참가한 학생 한 명 한 명의 마음 속에 새로운 세상을 맞이할 수 있는 크고 넓은 포용력의 정신이 자리했길 기대해봅니다.
현대차 정몽구 재단의 다문화가정 지원 사업
서울온드림 교육센터 지원대상: 중도입국청소년 사업내용: 중도입국청소년 조기 정착 및 학습 지원 ·한국어 교육 : 학교생활 적응 및 진학과 취업을 위한 한국어 교육 ·컴퓨터 교육 : 한글 타자 지도 및 컴퓨터 활용 교육 ·멘토링 학습지도 : 한국어 및 교과목 멘토링 학습지도 ·통합사례관리 : 개별상담을 통한 정착 지원 종합상담서비스 ·맞춤형 지원프로그램 : 한국사회 이해교육, 진학지도, 취업대비 교육, 집단상담 ·중도입국자녀 청소년의 종합적 정보 제공 및 연계
이중언어 동화집 제작 지원대상: 다문화가정 사업내용: ·다문화가정의 정서적 교류 및 소통, 건강한 자녀 양육 지원을 위한 생애주기별 동화집 ‘엄마의 속삭임’ 시리즈 배포·제작 ·한국어 및 9개 외국어 번역으로 이중언어 교재로 활용(한국어, 영어, 일본어, 중국어, 베트남어, 태국어, 몽골어, 필리핀어, 캄보디아어, 러시아어)
허들링합창축제 캠프 지원대상: 다문화가정 및 한국인 가정 학생 사업내용: 다문화가정 아동과 한국인 가정 아동의 유대감을 증진시킬 수 있는 허들링합창축제의 캠프 지원